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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복사기와의 끝없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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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도리
댓글 0건 조회 758회 작성일 25-05-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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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엔 전설의 복사기가 하나 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가까이 가면 전투가 시작됩니다.

제가 문서 10장 출력하려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띠띠- 삐삐- 위이잉…

오,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화면에 뜨는 메시지.

“용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용지를 넣었습니다.

다시 눌렀습니다.

“용지 걸림: 트레이 2.”

트레이 2를 열어봤더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닫고 다시 시도.

“잉크 부족: 검정.”

잉크 교체 완료. 다시 시도.

“덮개 열림: ADF.”

ADF가 뭐냐고요! 그냥 문서 넣는 뚜껑이에요.
잘 닫혀있는데도 얘는 '열렸다'고 우깁니다.

그 순간, 과장님 등장.

“이거 왜 안 돼?”

“복사기가 또 말썽이에요…”

과장님이 버튼을 하나 꾹 누르시더니 갑자기 작동합니다.

“봐. 이렇게 하면 되잖아~”

…제가 누른 건 38번인데, 과장님은 39번 누르셨습니다.
차이점은 알 수 없지만, 복사기는 과장님만 따릅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복사기도 상사를 알아본다.”

그리고 이 복사기의 또 다른 기능.

‘갑분 멈춤’

중요한 회의 직전, 자료 출력 중간에 멈춥니다.
누구 불렀냐는 듯, 아무 일 없다는 듯.

우린 복사기를 ‘조 팀장’이라고 부릅니다.
까칠하고, 눈치 빠르고, 아무한테나 순응하지 않는 그 성격.

오늘도 회사 한쪽에선 누군가 외칩니다.

“조 팀장! 제발 이 한 장만 뽑고 멈춰요…!”

복사기 옆에서 기도하는 직장인들.
그게 바로 현대인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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