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콩이’예요. 그런데 이 녀석… 그냥 강아지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그것도 성격 까다로운 중년 아저씨 스타일.

아침마다 제가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면, 콩이는 소파에 팔(?)을 걸치고 앉아 있죠. 마치 밤새 드라마 보고 잠 설친 사람처럼.

“하아… 또 월요일이네…”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밥 줄 시간 되면 식탁 앞에 앉아서 ‘멍’도 안 해요. 그냥 눈빛으로 말합니다.

“늦었어. 어제랑 똑같은 거 말고 다른 거 없냐?”

강아지가 사료 보고 고개를 돌리는 장면, 생각보다 기분 나쁩니다.
“그래, 나도 닭가슴살 질려…”

산책 나가면 더합니다.

공원에서 다른 개가 다가오면 갑자기 멈춰서, 꼬리도 안 흔들고 이렇게 쳐다봐요.
“너 어디 사니? 낯이 익은데.”

그리고 귀찮다는 듯 다시 가던 길 갑니다.
사람이에요. 진심으로.

가끔 TV에서 동물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TV 앞에 앉아서 진지하게 시청까지 합니다.

한 번은 화면 속 고릴라가 바나나 먹는 걸 보다가 갑자기 제 쪽을 보더라고요.
“우리 집엔 왜 그런 간식이 없지?”

저 진짜 놀라서 바나나 하나 깠습니다.

밤에는 안방에 들어와서 엄마 아빠 침대 사이에서 자요.
누가 보면 막내아들이라 할 겁니다.
심지어 방귀 뀌고 모른 척도 합니다.

아버지가 한 마디 하시더군요.

“얘는 전생에 사람이다. 분명히 회사 다니다가 강아지 된 거야. 요즘 표정이 직장인 같아.”

콩이야, 혹시 진짜 전생에 사무직이었니?
그 표정, 퇴근 5분 전인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