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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창고를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된 라디오 하나를 발견했어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충전도 안 되고, 배터리도 다 된 상태였지만 괜히 버리긴 아깝더라고요.

그 라디오는 예전에 아버지가 쓰던 거예요.
주말마다 작업실에서 뭔가 뚝딱거리시면서 늘 그 라디오를 켜두셨죠.
토요일 아침마다 들리던 클래식 음악,
점심 즈음엔 뉴스 브리핑,
저녁엔 사연 소개하는 라디오 DJ의 따뜻한 목소리.

어릴 땐 그저 배경음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그 소리가 전부 추억이 되어 제 머릿속에 남아있더라고요.

조심스럽게 건전지를 갈아 끼우고,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드디어 주파수가 맞았을 때,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여러분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멘트가 흘러나오는데,
괜히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요즘엔 휴대폰 하나면 음악이든 뉴스든 다 들을 수 있는데,
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날로그한 소리는
어쩐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라디오를 자주 듣기 시작했어요.
뉴스 대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땐 딱이에요.
DJ들이 읽어주는 청취자의 편지들, 신청곡과 함께 흘러나오는 짧은 사연들…
모두 낯선 사람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내 이야기 같고,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는 느낌이랄까요?

가끔은 이런 옛 물건이
잊고 지내던 감정을 다시 불러와주는 것 같아요.
오늘 밤엔 그 라디오 틀어놓고 잠들어보려고요.
누구의 사연이든,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