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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집 근처 카페에 갔어요.
평소처럼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시키고 창가 쪽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에서 중년 남녀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계시더라고요.
목소리를 키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말들이 제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여성분이 그러더군요.
“나는 말이야, 이제 누가 내 편이 돼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말 좀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더라.”

그 말 듣고, 괜히 커피가 목에 걸리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렇잖아요.
우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받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듣는 사람이 조언을 하거나, 맞받아치거나, 혹은 자기 얘기로 넘어갈 때가 많죠.
특히 요즘처럼 다들 바쁜 시대에는 더더욱 ‘경청’이라는 단어가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그 두 분은 이후에도 많은 얘기를 하셨지만, 제 머릿속엔 그 한마디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준 적이 있었던가?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만 좀 말하고 내 말 좀 들어봐”라는 눈빛을 받았던 적은 없었을까?

그리고 반대로, 나 역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끝까지 못 하고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은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오히려 침묵이 더 깊은 대화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저 옆에 있어주는 사람,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 말없이 고개 끄덕여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낍니다.

오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누군가도 내 얘기를 조용히 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