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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된 볼펜 하나를 발견했어요.
잉크도 다 말라버려서 쓰지도 못하는데, 그걸 버릴까 말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사실 별거 아닌 볼펜이에요.
문구점에서 500원 주고 샀던 평범한 파란색 볼펜.
근데 그걸 처음 썼던 날이 생각나더라고요.

대학교 1학년 첫 수업 시간,
그때 새로 산 볼펜을 꺼내 노트에 적은 첫 단어가
‘경영학개론’이었거든요.
글씨도 어색하고 손에 힘도 잔뜩 들어간 상태였지만
괜히 마음속으로 ‘이제 진짜 대학생이구나’ 하고 실감했었죠.

그 볼펜으로 써 내려간 노트가 한 권, 두 권 쌓이고
과제가 쏟아질 땐 글씨도 안 보이게 휘갈기고
시험기간엔 잉크가 닳을 정도로 끄적였던 기억까지.

이젠 잉크도 안 나오는, 사실상 쓰레기인데
그걸 쓰레기통에 넣지 못하고, 다시 서랍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어요.

‘쓸모’는 없어졌지만, ‘기억’은 남아 있더라고요.

가끔은 우리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그 자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 이야기 때문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런 물건 있으신가요?
다 낡았지만, 차마 못 버리고 계속 곁에 두게 되는 물건.
그게 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