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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 부모님은 큰 행사를 챙기시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결혼기념일도 그냥 “오늘이구나~” 하고 넘어가는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몰래 준비해봤습니다.
두 분께 아무 말씀도 안 드리고요.

우선 가족사진을 새로 찍어드리고 싶었어요.
마침 제가 가지고 있던 DSLR이 있어서,
조명 하나 사고, 리모컨 삼각대까지 세팅한 다음
거실 한쪽 벽을 흰 천으로 막고 작은 스튜디오처럼 꾸몄습니다.

평소엔 그냥 편한 옷만 입으시던 부모님께
“오늘은 그냥 옷 좀 단정히 입고 계세요” 하고 슬쩍 말씀드렸죠.
어색해하시면서도 따라주시더라고요ㅎㅎ

사진 촬영 끝내고 나서는
미리 예약해둔 근처 한정식 집으로 이동!
두 분 전혀 눈치 못 채셨고,
식당 가는 내내 “무슨 날이냐” “왜 이렇게 귀찮게 하냐” 하시던 아버지도
막상 식당 들어가서 “결혼 35주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 보시곤
순간 말이 없어지셨어요.

조촐한 식사였지만
음식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분위기도 좋아서
두 분 정말 만족하셨어요.
식사 끝나고 나올 땐 어머니가 살짝 눈시울도 붉히시고요…

제가 준비한 선물은
폴라로이드로 뽑은 가족사진 한 장과
짧은 손편지였는데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된 것 같아요.

바쁜 삶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 전하는 순간은
정말 값지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번엔 제가 부모님을 감동시켰지만
사실은 제가 더 감동받았던 하루였네요.
이 작은 성공담, 오늘은 자랑 좀 해봅니다.